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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리쿠(恩田陸)의 장편소설 <꿀벌과 천둥>(원제: 蜜蜂と遠雷, 2016)은 국제 피아노 콩쿠르라는 격렬하고도 매혹적인 무대를 배경으로, 젊은 피아니스트들의 꿈과 열정, 재능과 운명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2017년 일본 문학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 중 하나인 나오키상과 대중적 인기를 가늠하는 서점대상을 동시에 석권하는 전례 없는 기록을 세우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인정받았다.이는 작가 온다 리쿠가 12년의 구상, 11년의 취재, 7년의 집필이라는 경이로운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어 완성한 역작이기에 가능한 성취였다. 본 서평은 <꿀벌과 천둥>이 지닌 서사 구조, 인물 형상화, 주제 의식, 그리고 무엇보다 음악이라는 청각 예술을 문학적으로 승화시킨 방식을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그 문학적 성취와 의미를 조명하고자 한다.
<꿀벌과 천둥>의 탄생 배경에는 작가 온다 리쿠의 오랜 집념이 자리한다. 구상부터 완성까지 20년이 넘는 세월이 소요되었으며, 특히 7년간의 집필 기간은 작가 인생의 절반에 해당할 만큼 이 작품에 대한 애정과 헌신이 깊었음을 시사한다.온다 리쿠는 환상적인 미스터리, 판타지부터 섬세한 성장소설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폭넓은 작품 세계를 구축해 온 작가로 알려져 있다.<밤의 피크닉>, <흑과 다의 환상> 등 그의 전작들에서 보여준 특유의 감성과 서사적 역량이 <꿀벌과 천둥>에서 집대성되어, 그의 새로운 대표작이자 문학적 정점으로 평가받기에 충분하다.작가는 실제 국제 피아노 콩쿠르를 여러 차례 참관하며 얻은 생생한 경험과 방대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콩쿠르의 현장감과 전문성을 작품 속에 녹여냈으며, 이는 소설의 리얼리티와 깊이를 더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소설의 중심 무대는 3년마다 열리는 가상의 '요시가에 국제 피아노 콩쿠르'이다. 이는 실제 일본 하마마쓰시에서 개최되는 국제 피아노 콩쿠르를 모델로 한 것으로, 2009년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최연소 우승을 차지했던 바로 그 대회이기도 하다. 소설은 제1차 예선부터 제2차, 제3차 예선을 거쳐 본선에 이르기까지 약 2주간의 콩쿠르 과정을 따라가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 콩쿠르라는 설정은 단순한 배경을 넘어 서사의 핵심 동력으로 기능한다. 각 단계별 경연은 등장인물들에게 주어진 과제이자 시험대로, 극적 긴장감을 유발하고 인물들의 내면적 갈등과 성장을 촉발하는 장치이다. 그러나 <꿀벌과 천둥>에서 콩쿠르는 단순히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냉정한 경쟁의 장으로만 그려지지 않는다. 오히려 참가자들이 서로의 연주를 통해 영감을 주고받고, 음악적 교감을 나누며, 경쟁을 넘어선 인간적인 유대와 성장을 경험하는 공간으로 묘사된다. 순위라는 결과 이면에 각자의 음악적 세계를 확장하고 삶의 방향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이다.이는 콩쿠르라는 치열한 현실 속에서도 예술을 통한 교감과 성장의 가능성을 제시하며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꿀벌과 천둥>의 매력은 각기 다른 배경과 개성을 지닌 네 명의 중심인물을 통해 다채로운 인간 군상을 보여주는 데 있다.
이들 네 명의 이야기는 '천재'와 '범인(凡人)'의 대결 구도를 제시하는 듯하지만, 소설은 각 인물이 지닌 고유한 강점과 약점, 내면적 고뇌를 섬세하게 그려냄으로써 이러한 구도를 넘어서는 입체적인 인물상을 구축한다.또한, 참가자들뿐만 아니라 심사위원, 콩쿠르 스태프, 청중 등 다양한 주변 인물들의 시점을 교차 서술하여, 콩쿠르라는 세계를 다각적이고 풍성하게 조망한다.
<꿀벌과 천둥>이 거둔 가장 주목할 만한 문학적 성취 중 하나는 '음악'이라는 비가시적이고 청각적인 예술을 '문자'라는 시각적 매체를 통해 생생하게 구현해냈다는 점이다. 이는 음악 소설이 필연적으로 마주하는 난제이지만, 온다 리쿠는 이를 탁월하게 극복하며 독자들에게 마치 음악을 직접 듣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작가는 여러 가지 기법을 동원하여 음악을 효과적으로 묘사한다. 첫째, 각 연주자의 개성과 해석이 담긴 연주 스타일, 테크닉, 악곡에 대한 접근 방식을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묘사한다.둘째, 연주 자체보다는 그 음악이 연주자와 청중(다른 참가자, 심사위원, 관객)에게 미치는 정서적 파장과 감동의 순간을 포착하여 전달한다.셋째, 음악을 이야기, 색채, 자연 현상 등 다양한 대상에 비유하는 은유와 공감각적 표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추상적인 음악적 경험을 구체화한다.넷째, 바흐, 리스트, 드뷔시, 버르토크 등 실제 콩쿠르 과제곡과 연주곡들의 제목을 명시함으로써, 독자들이 소설 밖에서 직접 음악을 찾아 들으며 작품에 대한 몰입도를 높일 수 있도록 유도한다. 실제로 많은 독자들이 책을 읽으며 언급된 곡들을 찾아 들었다는 후기를 남겼으며, 이는 소설이 문학 텍스트를 넘어 클래식 음악으로의 입문서 역할까지 수행했음을 보여준다.
물론, 이러한 섬세하고 방대한 음악 묘사는 때때로 일부 독자들에게는 이야기가 느리게 진행된다거나 묘사가 반복적으로 느껴진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음악에 대한 깊이 있는 묘사야말로 <꿀벌과 천둥>의 핵심적인 매력이자, 독자들에게 특별한 감각적 경험을 제공하는 원동력임은 분명하다.
<꿀벌과 천둥>은 피아노 콩쿠르라는 무대를 통해 예술과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주제들을 탐구한다.
이러한 주제들은 콩쿠르라는 특수한 상황을 배경으로 하지만, 예술 분야뿐만 아니라 자신의 꿈을 추구하고 한계를 넘어서려는 모든 이들에게 보편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꿀벌과 천둥>은 출간 직후 비평계와 독자 양측으로부터 뜨거운 찬사를 받았다. 특히 일본 문학사상 최초로 나오키상과 서점대상을 동시에 수상한 것은 이 작품이 지닌 문학적 깊이와 폭넓은 대중적 호소력을 동시에 입증하는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 수상 내역 | 연도 | 의의 |
|---|---|---|
| 제156회 나오키상 | 2017 | 권위 있는 문학상 (대중문학 부문) |
| 제14회 서점대상 | 2017 | 서점 직원 투표 (폭넓은 독자 선호도 반영) |
| 사상 최초 동시 수상 | 작품성과 대중성의 이례적인 결합 증명 |
일본의 저명한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는 "음악을 글로 표현하기란 어려운 일이지만, 온다 리쿠는 모든 수단과 표현을 동원해 그 아름다움을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한다"고 평했으며, 미야베 미유키는 "작품의 흐름이나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뇌리에 여전히 생생하다"며 작품의 강렬한 인상을 강조했다.
독자들의 반응 역시 폭발적이었다. "음악이 직접 들리는 듯 생생하다", "온다 리쿠 문학의 정점"이라는 호평이 쏟아졌으며, 높은 몰입감, 생생한 음악 묘사, 매력적인 캐릭터, 감동적인 서사에 대한 찬사가 주를 이루었다.물론 700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에 대한 부담감이나, 음악 묘사가 다소 반복적으로 느껴진다는 소수의 의견도 있었으나, 전반적으로는 압도적인 긍정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꿀벌과 천둥>의 성공은 단순히 책 판매량을 넘어 문화적 현상으로 이어졌다. 일본 내 60만 부 이상 판매고를 올렸으며,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제작되었고, 작중 등장하는 연주곡들을 모은 클래식 음반이 발매되기도 했다.이는 소설이 독자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클래식 음악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환기시키는 역할까지 수행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꿀벌과 천둥>은 온다 리쿠가 오랜 시간 공들여 완성한 야심작이자, 그의 작가적 역량이 최고조에 달했음을 보여주는 걸작(傑作)이다.국제 피아노 콩쿠르라는 무대를 통해 음악이라는 예술의 본질, 재능과 노력의 의미, 그리고 꿈을 향해 나아가는 인간의 열정과 성장을 깊이 있게 탐구한다. 특히 청각 예술인 음악을 섬세하고 감각적인 문장으로 탁월하게 형상화한 것은 이 소설이 거둔 가장 빛나는 성취라 할 수 있다.
물론 방대한 분량과 세밀한 묘사가 일부 독자에게는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으나, 이는 작품이 지닌 깊이와 풍성함의 반증이기도 하다. <꿀벌과 천둥>은 단순한 음악 소설을 넘어, 경쟁의 치열함 속에서도 피어나는 인간적 교감과 예술을 통한 자기 발견의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낸 수작이다. 음악이 어떻게 삶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연결하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을 전달하는지를 보여줌으로써 독자들에게 깊은 여운과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이 작품은 온다 리쿠의 문학 세계에서 중요한 이정표일 뿐만 아니라, 음악과 문학의 경계를 허물며 새로운 감동을 선사한 현대 일본 소설의 주목할 만한 성과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