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얼 브레인> 이선 몰릭의 AI 시대 협력 지능 가이드
SNS의 댓글창만 봐도 세상은 전쟁터입니다. 각자의 '진리'와 '정의'가 부딪히고, 누구도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고 인정하지 않죠. "요즘 사람들은 왜 이렇게 자기 말만 할까?"라는 생각이 드셨다면, 놀랍게도 이 고민은 2,500년 전 고대 그리스에서도 치열하게 논의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바로 오늘 우리가 탐구할 철학자, 프로타고라스(Protagoras)가 있습니다.
그의 철학을 관통하는 "인간은 만물의 척도다"라는 명언은 시대를 초월해 수많은 논쟁을 낳았습니다. 지금부터 프로타고라스의 생애와 업적을 따라가며, 그의 핵심 사상이 왜 플라톤과 같은 당대 최고의 지성에게 비판받았는지, 그리고 그의 철학이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던지는지 깊이 파헤쳐 보겠습니다.
프로타고라스의 시작은 화려하지 않았습니다. 기원전 5세기, 그리스의 작은 도시 압데라에서 짐꾼으로 일하던 청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나뭇단을 기하학적으로 완벽하게 묶는 것을 본 원자론 철학자 데모크리토스가 그의 천재성을 한눈에 알아보고 제자로 삼았다는 일화는 유명합니다. 그는 스승의 가르침을 뛰어넘어 자신만의 길을 개척, 아테네로 건너가 '소피스트(Sophist)'로 활동하며 명성을 떨칩니다.
당시 소피스트는 '지혜로운 자'를 뜻하며, 성공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수사학, 변론술 등 실용적인 지식을 가르치고 높은 대가를 받는 전문 교사였습니다. 프로타고라스는 이 분야의 슈퍼스타였죠. 그의 업적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한 것을 넘어, 철학의 관심을 '자연'에서 '인간'으로 돌려놓은 역사적 전환을 이끌었습니다.
프로타고라스 철학의 정수는 그의 저서 『진리』의 첫 문장으로 알려진 이 명언에 담겨 있습니다. 이 한 문장이 그의 핵심 사상을 모두 설명합니다.
"인간은 만물의 척도이다. 존재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것이 존재한다는 척도이며,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척도이다."
이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바로 '절대적이고 보편적인 진리는 없다'는 선언입니다. 모든 판단의 기준(척도)은 신이나 절대 이성이 아닌, 경험하는 '개인'에게 있다는 상대주의(Relativism) 철학의 핵심입니다. 같은 바람도 더운 사람에겐 시원하고, 추운 사람에겐 차갑게 느껴집니다. '바람은 시원하다'와 '바람은 차갑다'는 모순되는 것 같지만, 각자의 입장에서는 모두 진실이라는 것이죠. 이처럼 감각은 물론 '선과 악', '아름다움과 추함' 같은 가치 판단 역시 개인과 사회에 따라 달라진다고 본 것입니다.
이러한 프로타고라스의 사상은 절대적 진리, 즉 '이데아(Idea)'의 존재를 믿었던 플라톤에게는 용납할 수 없는 주장이었습니다. 플라톤에게 프로타고라스의 철학은 진리를 포기하고 말재주만으로 상대를 현혹하는 '궤변'으로 비쳤습니다. 이 때문에 플라톤은 자신의 저서에서 프로타고라스를 스승 소크라테스의 논리에 의해 패배하는 인물로 그리며, '소피스트'라는 단어에 '궤변론자'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웠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오늘날 우리가 프로타고라스의 철학을 접할 수 있는 건 대부분 그의 비판자였던 플라톤의 기록 덕분입니다. 플라톤이 그를 주요 논쟁 상대로 삼았다는 사실 자체가, 프로타고라스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당대 최고의 지적 거인이었음을 증명하는 셈입니다.
프로타고라스의 철학적 업적과 그가 남긴 유산은 명확합니다. 그의 생각은 2,500년이 지난 지금, 오히려 더 큰 울림을 줍니다.
결국 프로타고라스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이 '진리'라고 믿는 것은 과연 모두에게 적용되는 절대적인 것인가, 아니면 당신이라는 '척도'를 통해 해석된 것인가? 그의 철학은 정답을 주기보다, 이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서 위대한 업적으로 평가받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